美 어학연수 중 울린 전화 한 통에 미얀마로 발길…‘지혜의 샘’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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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어학연수 중 울린 전화 한 통에 미얀마로 발길…‘지혜의 샘’ 찾아
  •  법보신문
  •  승인 2006.07.03 11:30
 
 
미얀마 출가 마나삐까 세야레이

<사진설명>마나삐까 세야레이는 "어떤 옷을 입었는가 보다는 계율에 당당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지가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 인문학부 노어노문학과 3학년 휴학생 변희정 씨는 미국 어학연수 중에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 전화는 한국사회에서 앞길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서울대 졸업장을 포기하고 출가의 길로 접어드는 일대사 인연이 되었다.
서울대 휴학생 변희정이 미얀마 여성출가자 마나삐까 세야레이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딸이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동안 남양주 봉인사에서 미얀마 위빠사나 스승 우빤디따사야도에게 지도를 받으며 집중수련을 받았던 어머니 손승효(법명 수단따)씨는 딸이 혼자 떨어져 지내면서도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갈 수 있는 수행법이라는 생각에서 전화로 위빠사나 수행법을 전했다.

한 달 단기출가 체험에 출가 결심

그리고 그 딸은 연수를 마치고 귀국해 2000년 12월 미얀마로 1개월간 단기출가를 떠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출가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수행을 하면서 자신에게 더욱 엄격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었고, 그래서 위빠사나 수행처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다는 미얀마 양곤의 빤디따라마 본원을 찾았다. 하지만 단기출가 한 달 동안 수행을 하면서 마음이 바뀌었고, 결국 삶의 길이 바뀌었다. 수행자가 되면 더욱더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고 결국 출가를 결심한 것. 단기출가를 마치고 돌아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4개월 후인 2001년 4월 24세의 나이에 미얀마 우빤디따사야도를 스승으로 출가했다. 출가 후 사야도에게 받은 법명이 마나삐까다.

마나삐까는 중·고교 시절에도 명상을 좋아했던 소녀다. 고 3때 다른 친구들이 입시 강박증에 시달릴 때도 마나삐까는 아침·저녁으로 명상을 했을 정도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명상을 즐기던 마나삐까는 어린 나이에도 “늘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내면 삶 역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을 했고,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대학시절에는 절·염불수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되고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기출가를 통해 체험한 위빠사나 수행은 확실하게 자신을 보호하고 완전하게 할 수행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근본불교에서는 비구니 계맥이 단절돼 여성 출가자에 대한 지위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하지만 마나삐까의 스승인 우빤디따사야도는 여성 출가자의 역할을 크게 생각해, 경전과 수행을 지극한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다.

마나삐까는 사야도에게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다. 평소 ‘통역을 통해 불법을 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온 우빤디따사야도는 한국인 제자가 바르게 배워서 한국불자들을 가르치게 될 날을 기대하며 수행과 경전을 직접 개인지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대우인 셈이다.

미얀마어-빨리어 동시통역도


<사진설명>출가 인연을 지어준 어머니와 자리를 함께 했다.
마나삐까는 어학에 있어서도 특별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출가한지 1개월만에 미얀마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됐고, 2개월만에 영어를 병행해 통역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미얀마어는 물론 빨리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면서 미얀마 고승들의 한국방문 때 통역으로 동행하고 있다. 어머니가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하면서 딸은 이렇게 출가 수행자가 되었고, 아버지 변기준(자납삐야) 씨와 언니, 여동생 등 온 가족이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는 것도 마나삐까에게는 큰 힘이다. 아버지는 지난해 3개월 동안 미얀마에서 수행을 했을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다.

마나삐까가 공부하고 있는 빤디따라마는 1년 내내 수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매년 12월 1일∼1월 30일까지 2개월간 전세계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100여명의 수행자들이 참여하는 집중수행을 비롯해, 4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암송대회가 열리기도 하고, 1개월간의 단기출가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행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개신교 선교의 각축장이 된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 우빤디따사야도가 우기 때마다 가난한 지역의 어린이들을 데려와서 먹이고 입히며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때문에 마나삐까도 공부하고 수행하는 틈틈이 손길을 보태야 한다.

부모·형제 모두 위빠사나 수행

마나삐까는 “스스로 수행을 통해 마음에 흔들림이 없고 장애가 없어서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경계를 분명히 알고 힘이 생겼을 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수행을 통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학과 수행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확신이 생기면 한국에서 불법을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마나삐까는 현재 법사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하루종일 경전공부를 할 정도로 경전공부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1년에 한번 치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 단계씩 진학할 수 있고, 다섯 단계를 거쳐야 법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현재 세 번째 단계인 중간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마나삐까는 올해 우빤디따사야도의 남양주 봉인사 집중수행 지도와 우간하말라라카라 삼장법사의 보리수선원 경전강의 통역 때문에 3개월이나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시험을 보지 못했다.

오전 4시~오후 10시 경전공부·수행


<사진설명>미얀마로 떠나기에 앞서 인사동에서 빤디따라마 본원 자원봉사자들에게 전할 선물을 고르고 있다.
경전 암송과 주석서 해설, 단어의 의미를 풀이하는 방식으로 매일 4시간씩 1주일간 이어지는 시험은 한국의 고시공부보다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시험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미얀마 전역의 모든 세야레이들이 참여하는 시험에서 전국수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아마도 스승이 파격적으로 개인지도까지 하는 데는 이런 재능과 근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구니 계맥이 단절돼 계를 받을 수 없지만 마나삐까 세야레이는 “형식의 틀에 매이지 않겠다”고 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율에 당당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고 지혜가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약속 받은 세속의 영광을 뒤로하고 미얀마로 출가한 마나삐까 세야레이의 신념이다.

마나삐까는 7월 3일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내용들이 보다 더 생생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는 미얀마로 떠났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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