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죽 `명품` 가방,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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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사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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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형주 기자]
프랑스 고급 패션업체인 '에르메스(Hermes)'가 영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제인 버킨(Jane Birkin)'의 이름을 따서 만든 '버킨백'은 해외 스타들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다. 그런데 지난 6월, 이 인기있는 핸드백이 도마에 올랐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에르메스 사에 악어가죽을 공급하는 농장에서 자행되는 동물학대 장면을 폭로한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제인 버킨은 곧 성명을 통해 "제조 공정에 대한 국제기준이 마련되기까지 버킨백의 이름을 바꾸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내 이름 사용하지 말라'... 제인 버킨의 이유있는 요구
페타에서 공개한 영상을 본다면, 아마 제인 버킨이 아닌 누구라도 그 잔인함에 몸서리를 칠 것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곳은 에르메스 소유의 가죽공장에 악어가죽을 납품한다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미국 텍사스 주의 악어 농장. 좁고 더러운 콘크리트 수조를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빼곡히 악어로 채워 넣은 모습은 공장식 축산 장면과 흡사하다. 짐바브웨 농장 관리인에 따르면, 1년에 4만3천 마리의 악어 가죽을 벗기는데, 한 개의 '버킨백'을 만들기 위해 악어 세 마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죽을 벗기는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보기가 힘들다. 살아있는 악어의 코를 잡아 누른 후, 머리 뒤통수 부분을 자르고 칼을 밀어 넣어 척추를 꼬리 밑부분까지 쭉 밀어 내린 다음 생가죽을 벗긴다. 목이 반 이상 뎅강 잘려나간 채로 철제 테이블 위해서 몸부림치는 악어의 목에서는 선홍색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영상에서 관리자는 "지금은 그나마 전기로 충격을 가하는 방법을 쓰지만, (전기충격기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고 말한다.
미국 텍사스의 농장은 더 끔찍하다. 농장 관리인은 악어를 '시곗줄'이라고 부른다. 이 농장에서는 가축용 전기충격기(captive bolt gun)로 머리를 쏜 후 머리 뒷부분을 커터칼로 잘라 가죽을 벗긴다. 역시 목이 잘라져 가죽을 벗기는 순간에도 악어는 의식이 남은 채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인다. 페타에 의하면, 이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척추를 골절시킨 후 가죽을 벗기는 방법도 썼는데, 척추가 부러져도 신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악어가 강하게 몸부림을 치면 두개골에 칼을 넣어 뇌를 긁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논란이 일자, 에르메스 사는 성명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가죽은 국제 규정에 부합하는, 최상의 사육환경을 제공하는 농장으로부터 공급받는다'고 주장했다.
(※ 주의 : 아래 동영상에는 잔혹한 장면이 있습니다.)
유럽 패션의 '악어백 사랑'과 멸종된 나일 악어
악어가방, 뱀피 구두 같은 파충류 가죽, 패션 용어로 하면 '이그조틱 스킨(Exotic Skin)'에 대한 디자이너들과 여성들의 사랑은 지난 몇 년 째 식을 줄 모른다. 에르메스뿐 아니라 구찌(Gucci), 프라다(Prada) 등 명품 브랜드들이 내놓는 악어백과 뱀피 구두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뱀의 가죽을 벗기는 방법은 악어보다도 더 잔인하다. 뱀의 단단한 피부가 늘어나도록 며칠을 굶기고 호스를 목에 꽂아 억지로 물을 먹여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만든다. 그런 다음 머리를 못으로 나무에 박아 고정시킨 후 목을 잘라 가죽을 벗기는데, 뱀은 다른 동물에 비해 대사율이 느리고 혈압이 낮기 때문에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도 신경 손상이 늦게 오고, 따라서 몸이 떨어져 나가도 머리는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즉, 목이 잘리고 껍질이 벗겨져도 몸의 신경세포 하나하나는 그대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껍질이 벗겨진 뱀들은 허연 몸을 드러낸 채 한구석에 산처럼 쌓이는데, 통증에 의한 쇼크나 탈수로 숨이 끊어지기까지, 짧게는 몇 시간부터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악어 뱃가죽으로 핸드백, 구두를 만들게 된 역사는 200년 전으로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신발, 가방, 벨트 같은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야생 악어를사냥해 가죽공장에서 가공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세계 2차대전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악어 가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프리카 나일강에 서식하는 '나일 악어(Nile Crocodile)'부터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인도 악어(Salt Water Crocodile)'까지 대규모 사냥이 이뤄졌다. 무분별한 사냥으로 1900년 중반에 들어서는 전세계적으로 악어의 야생 개체수가 급감했고, 1975년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체결로 야생에서 잡은 동물의 거래에 규제가 생기면서 가죽 채취를 위해 악어를 기르는 악어 농장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산업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UNEP(유엔환경계획)가 조사한 2001년부터 2008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평균 1백만 마리가 넘는 악어가 30여 개 국에서 수출되었다. 2012년 국제무역센터(International Trade Cent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년에 50만 마리의 비단뱀 가죽이 동남아시아에서 수출되며, 그 규모는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에 육박한다. 이 가죽들의 최대 소비자는 유럽의 명품 패션업체들이다.
▲ 억지로 물을 먹이기 전 거꾸로 매달려 있는 그물무늬비단뱀들. 대부분 의식이 있는 상태다
ⓒ Traffic.org
극도로 잔인한 도살 방법, 야생 포획 금지 규정은 허울 뿐
고급 패션 브랜드일수록 '우리는 좋은 환경의 농장에서 인도적인 방법으로 길러진 동물을 사용한다'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국제무역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단뱀 가죽의 국제 거래에 대한 단속은 너무나 미비해 제품의 생산지를 추적하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영국의 권위있는 파충류학자인 클리포드 워뤽(Clifford Warwick) 박사는 영국 데일리메일(Daily Mail)과의 인터뷰에서 '집단사육이 어려운 파충류의 습성과 현재 시장 규모로 봐서는 소비되는 가죽의 10퍼센트만이 농장에서 사육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비단뱀의 경우 성체로 자라는 데 몇 년이 걸리는 데다, 극도로 예민한 생태적 습성 때문에 대량으로 사육하기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뱀농장'이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원주민이 야생에서 사냥한다. 또한, 사육농장이라도 야생에서 포획한 동물들로 그 수량을 보충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국제규정'이라는 것도 믿을 것이 못 된다. 에르메스 가방에 쓰이는 나일 악어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사이테스)' 부속서 1에 속하는 국제 거래가 금지된 종이고, 대부분의 비단뱀은 부속서 2에 속하는, 국제거래가 가능하긴 하지만 엄격한 규제가 따르는 종이다. 그러나 사이테스는 해마다 가죽 채취를 위해 포획할 수 있는 쿼타(quota)를 내주는데,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사이테스가 너무 인심 좋게 허가를 내준다고 비판한다.
또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는 싼 값의 뇌물로도 '규정에 근거해 포획했다'는 가짜 증명서를 발급받기가 쉽고, 불법 포획에 대한 수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유통되는 제품의 50퍼센트 이상은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에서 비단뱀을 포획하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뱀에게 물리거나 목이 졸려서 죽기도 한다. 목숨을 걸고 잡은 뱀을 팔아 손에 떨어지는 금액은 한 마리에 30달러 정도. 수 백만원에 달하는 파이톤 구두, 가방을 생각하면 원주민에게도, 피부가 벗겨져 나가는 고통을 당하는 비단뱀에게도 밑지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 그물무늬비단뱀의 가죽을 벗기는 장면. 가죽이 벗겨지고 난 후 몇 시간에서 며칠 동안 의식이 살아있는 경우도 있다.
ⓒ Traffic.org
리얼 파이톤, 크록백... '생명'으로 만든 제품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된 동물들의 사체는 가죽 공장을 거쳐 화려한 색상의 핸드백으로, 구두로, 벨트로, 손목시계줄로 다시 태어나 사람들의 몸에 휘감긴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에르메스 버킨백의 경우 그 가격이 최소 3만 3000유로, 우리 돈으로 4200만 원에 이르는 데도 불구하고 손에 얻으려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한참을 기다려야 살 수 있다.
심지어는 한 달에 백만 원을 지불하면 가방을 빌려준다는 렌탈업체도 생겨났다. 수 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이 아니라도 20만~30만 원 선이면 진짜 파충류 가죽으로 만든 '럭셔리한' 제품을 살 수 있다. 너무 강렬한 무늬가 부담되는 사람들은 팔찌, 열쇠고리 같은 액세서리로 멋을 낼 수도 있다.
알고보면 '파이톤'은 '비단뱀'의 영어 명칭일 뿐이고, '크록'은 나일 악어의 영어 이름인 '크로커다일'의 줄임말일 뿐인데, 인터넷 검색창에 파이톤이나 크로커다일을 치면 도배되는 것은 전부 '리얼파이톤 가방', 혹은 '크록백' 광고다. 아마 소비자들은 이런 제품들이 비록 차가운 냉혈동물이지만 한때는 숨이 붙어 있었던 생명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마치 겨울에 '리얼라쿤'이 너구리인지도 모른 채 불티나게 팔리는 것처럼.
뱀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는 털이 복실복실하고 눈망울이 동글동글한 다른 동물들에 비해극악무도한 학대를 당해도 동정심조차 얻지 못하는 신세다. 자연히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숫자도 많지 않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들도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생명일 뿐 아니라, 놀라운 습성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동물이다.
어미 악어는 새끼 악어가 알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세 살이 될 때까지 극진히 돌볼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다. 파충류로는 특이하게, 돌고래처럼 스무 가지가 넘는 다양한 소리로 동종 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충류 동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세상의 어떤 생명체에게도 고가의 핸드백을 만들기 위해 산 채로 껍데기가 벗겨지는 고통을 감내하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공평하지 않은 요구다.
비단뱀의 무늬는 정글에서 가장 아름답다
그물무늬 비단뱀의 화려한 무늬나 악어 뱃가죽의 바둑판 같은 결은 내가 보기에도 무척 아름답다. 아무리 위대한 화가의 붓으로도 그리지 못할 표범가죽의 문양도, 그야말로 '자체발광'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여우의 털도 마찬가지다. 코끼리건 다람쥐건, 어떤 동물의 모습을 보더라도 그 고유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조물주가 있다면 찾아가서 감사와 존경의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입고, 팔에 걸치고, 발에 신고, 손목 발목에 감기 위해서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과 착취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동물이 가진 미(美)에 대한 동경은 동물의 희생을 요구하는 방법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만지고 싶고, 먹고 싶고, 몸에 지니고 싶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너무나 많은 동물들이 이 세상에서 이미 자취를 감추었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또 너무 많은 동물들이 인위적인 환경에 갇혀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비단뱀의 피부는 네모지게 재단되어 물건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용도로 쓰일 때보다, 정글 안에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생태계의 일부로 관찰될 때 훨씬 빛이 나고 아름다울 것이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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