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08/2016030800282.html


노후 파산으로 下流노인 됐스무니다

오윤희 기자 입력 : 2016.03.08 03:00 | 수정 : 2016.03.08 06:44

 

[長壽 리스크로 의 새 유행어로
- 노후파산 대다수가 착실한 소시민
65부부 26만엔 필요한데 월 평균 연금수령액 22만엔
100세까지 산다면 1680만엔 적자노인들 "오래 살고 싶지 않다"

- "이런 노후 생활, 꿈에도 생각 못해"
파산 직전 몰린 노인들, 아파도 꾹 참고 병원에 안 가
두 다발에 100엔 하는 소면을 돈 없어 며칠씩 끓여 먹기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 살고 있는 데라지마 겐조(寺島健三·가명·83)씨는 1년 전부터 고민이 많아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20년 전 퇴직할 때 그의 통장엔 40여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차곡차곡 모아 놓은 돈이 2400만엔(25400만원) 남짓 있었다. 부부가 검소하게 살면 여생을 보내기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르자 잔액이 바닥을 드러냈다. 고령에다 다른 수입원이 없으니 생활을 저축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아내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간 뒤 연금만으론 이용료를 감당할 수 없어 매년 100만엔 가까이 적자가 발생했다. 데라지마씨는 "큰돈을 벌진 못했지만 40년간 성실하게 일했는데 이런 노후를 맞게 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일본 주간지 현대 비즈니스는 "평균 수명이 길어진 현대 사회에선 오래 사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가 됐다"며 데라지마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수십년간 성실하게 일했던 중산층이 노후에 갑자기 빈곤 계층으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 이른바 '노후 파산(老後破産)'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0149NHK'노인들이 표류하는 사회'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다룬 이후 '노후 파산' 및 이로 인해 빈곤층이 된 '하류(下流) 노인'이 유행어가 됐다.

노후 파산을 맞이하는 노인 대다수는 착실하게 일하며 노후 준비를 해온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문제는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바람에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지리라는 것이다. 잡지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남성의 30%90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기술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달하면 머지않아 65세 이상 고령 인구 가운데 남성 40%, 여성 60%가 최소 90세 이상 생존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한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앞둔 일본 노인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일반 직장인이 60세 전후 은퇴해 90세 이상 산다면 별도 수입 없이 모아 놓은 돈에 의존해 살아가야 할 세월이 30여년이다. 자산 설계사 기히라 마사유키(紀平正幸)씨는 "부부가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활해도 적어도 월 12~13만엔이 필요하다. 취미 생활을 하거나 조금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려면 25~26만엔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 후생성이 올 1월 발표한 후생연금(국민연금과 유사한 소득비례 연금) 자료에 따르면 아내가 전업주부인 직장인 은퇴자의 경우 월평균 수령액은 221507엔이다. 연금 수입에만 의존해 월 26만엔을 쓴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4만엔, 1년엔 48만엔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65세 은퇴 이후 100세까지 산다고 치면 35년간 적자는 1680만엔에 이른다.

NHK"노후 파산 직전까지 몰린 노인 중 아파도 꾹 참고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시로 다카시(田代孝·83)씨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매달 6만엔 남짓한 기초연금과 회사 퇴직연금을 합쳐 월 10만엔 정도를 받는다. 하지만 집세난방비 등을 제하면 한 달 생활비로 2만엔 정도 남는다. 아무리 아껴도 다음 달 연금이 들어오기 직전엔 음식 살 돈마저 떨어진다. 그러면 두 다발에 100엔 정도 하는 소면을 며칠씩 끓여 먹는다.

 


 

그나마 질병이 없으면 운이 좋은 편이다. 이나 치매는 노후 자금을 무서운 속도로 바닥 내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50여년간 목수 일을 한 가와니시 신이치(川西眞一·가명·83)씨는 201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다. 매달 약값, 치료비를 대고 나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는 "3만엔 적자를 예금으로 메운다고 치면 5년 뒤엔 돈이 다 떨어진다""오래 살고 싶지 않다. 예금이 바닥나기 전에 죽고 싶다"고 했다.

 

과거에 잘나가던 고소득층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오히려 직장 생활을 할 때 몸에 밴 씀씀이가 있기 때문에 은퇴 이후 일정 수준 이상 생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그러다 보면 '장수(長壽)의 덫'에 걸리기 일쑤다. 대기업에서 700만엔 연 수입을 올렸던 와타나베 겐지(度辺健司·가명·77)씨 부부가 받는 연금은 월 32만엔이다. 하지만 퇴직 이후 이따금 해외여행 다니고, 아들 부탁으로 손주 교육비 100만엔도 대주고 나니 모르는 사이에 3000만엔에 달했던 저금이 700만엔으로 확 줄었다.

전문가들은 자식이 있어도 노후 파산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과거처럼 자식에게 노후를 부탁하기도 힘들뿐더러 경제난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자식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 오히려 노후 파산을 부추기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데다 자녀의 높은 사교육비 등으로 본인의 노후를 준비하기 힘든 한국 사회 역시 노후 파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OECD 국가 중 최고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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